사람들은 머리가 복잡해지면 산으로 간다. 이상하게 자연 속에 있으면 꼬일대로 꼬인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래서 산중의 절은 방황하는 이들에게 안식처와 같다. 문제는 시간과 거리. 우리가 아는 유명 절은 대부분 지방에 있고, 그곳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며칠 휴가를 잡거나, 주말을 빠듯하게 이용해야 다녀올 수 있다. 그러나 서울에도 한적하고 멋진 절들이 많이 있다. 올 봄에는 부처님 생신도 축하할 겸 서울 소재 절들을 둘러보자. 봄바람에 몸을 맡긴 풍경 소리에 모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길상사
길상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아멘’파 친구들과 가도 큰 부담이 없다. 1997년 개원 당시 김수환 추기경도 이곳을 찾았다. 경내에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관세음보살상도 가톨릭 신자인 최종태 교수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 만큼 길상사에서는 종교간의 화합이 느껴진다. 외국인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길상사 측은 템플스테이를 마련하여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사찰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국내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 등도 운영되고 있다. 그 중 ‘길상선원’과 ‘침묵의 집’은 많은 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길상선원은 대중들의 정진 수행공간으로 신자들에 한해 이용이 가능하다. 그에 반해 침묵의 집은 타종교인들도 찾을 수 있으며 명상, 참선 등을 행할 수 있다. 이번 석가탄신일에는 길상사 앞마당에서 ‘길상 음악회’(저녁 7시30분~)가 열린다. 음악회에는 작은 거인으로 알려진 작곡가 김수철이 함께해 ‘젊은 그대’, ‘나도야 간다’, ‘정신차려’ 등의 히트곡을 부를 예정이다.
문의 ☎ 02-3672-5945~6 홈페이지 : http://www.kilsangsa.or.kr/ 교통 : 4호선 한성대입구(삼선교)역 하차 6번 출구 - 진학서점 옆 '동원마트' 앞에서 셔틀버스 이용
▣ 승가사
북한산 중턱에 있는 승가사는 화려하고 웅장한 사찰이다. 오르기는 힘들어도 볼거리는 많다. 부처의 모습이 새겨진 호국보탑이 그렇고, 화려하게 장식된 대웅전 경내도 주목할 만하다. 승가사로 오르는 길 역시 북한산 계곡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약사전 내부에 자리잡은 우리나라 보물 제1000호 석조승가대사상은 묘한 분위기로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끈다. 석조상이라고 하지만 승가대사상의 눈빛은 날카롭고 미소는 모나리자처럼 부드럽게 보인다. 그 앞에서는 뭔가 속일 수 없다는 부담 같은 게 느껴진다. 그와 함께 인기있는 것이 바로 약사전의 약수. 효험이 좋다(?)는 소문이 돌아 많은 물통들이 줄지어 서 있다. 또 승가사 위쪽에 자리잡은 마애여래석가좌상도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이는 승가대사상과 다르게 강인함이 느껴지는 부조로, 이곳에서 기도를 올리면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승가사가 자리한 비봉(碑峰)에 신라시대의 진흥왕순수비가 있었는데 보존관리상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지금은 그 자리에 유지비(遺址碑)가 세워져 있다.
문의 ☎ 02-379-2996 교통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 0212번 버스 환승 승가사입구 하차
▣ 봉원사
젊음의 거리 신촌, 먹고 마시는 곳만 가득할 것 같은 이곳 주변에 봉원사가 있다. 연세대 동문 쪽으로 오르다 보면 만날 수 있는데, 도심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정갈한 분위기에 많은 이들이 놀라곤 한다. 봉원사는 한국불교 전통종단인 태고종의 본산으로 신라시대 반야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돼 영조 때 지금의 터전으로 이전하였다. 갑신정병 등 수많은 세파를 겪은 절답게 빛바랜 단청과 현판에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또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꽃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매년 8월 경 이곳에서 연꽃축제가 열리는 데 각양각색의 연꽃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지금도 봉원사의 모습은 충분히 아름답다. 벚꽃, 진달래 등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사찰을 더욱 화려하게 장식한다. 특히 음력 5월5일에는 영산재가 열리니 기억했다가 찾아가보자. 영산재는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說)하실 때의 모습을 재현한 의식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행사인 만큼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문의 ☎ 02-392-3007 홈페이지 : http://bongwonsa.or.kr/ 교통 : 지하철2호선 신촌역 4번출구 7024번 봉원마을버스로 15분(종점)
▣ 도선사
도선사는 서울에서도 유명한 사찰 가운데 하나다. 산 아래에서 절까지는 제법 긴 아스팔트길이 이어지는데, 평소 운동을 게을리 한 이들이라면 절에 도착할 즈음 가쁜 숨을 몰아쉬게 된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주차장에 놓여진 차만 보더라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그만큼 누구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이 바로 도선사다. 봄에는 도선사 담장 아래 목련이 탐스럽게 피어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한다. 특히 이곳의 석불전 마애관세음보살은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 도선사 석불은 대웅전(大雄殿) 뒤편에 있는데, 바위에 얇게 새겨진 높이 20m의 부조가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현재는 청동으로 된 보호각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 석불은 영험하다는 소문이 나 있어 이 앞은 언제나 기도하는 신도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또 동전을 던져 소원을 비는 연못과 연꽃모양의 커다란 그릇에 담긴 약수 등도 눈 여겨 볼만하다.
문의 ☎ 02-993-3161 홈페이지: www.dosunsa.co.kr 교 통 : 지하철 4호선 수유역 3번출구로 나와 120번 버스로 환승
▣ 호압사
호랑이를 누르는 절, 호압사(虎壓寺). 태조 이성계가 경복궁을 건설할 당시 자꾸 무너지는 궁을 보호하기 위해 호랑이 형상의 산세 꼬리 부분에 절을 지어 호랑이의 힘을 눌렀다고 하여 호압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런 연유로 호압사 법당 외벽에는 호랑이를 휘어잡는 호승의 벽화가 걸려 있다. 호압사는 약사전과 요사가 있고, 약사전 내에는 약사불과 신중탱화가 모셔져 있다. 그러나 그보다 눈에 띄는 것은 마당에 자리하고 있는 느티나무. 5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이 나무는 세월의 굴곡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호압사는 그리 큰 사찰은 아니지만, 관악산 등성이와 이어져 등산객들의 방문이 많은 곳이다. 덕분에 등산과 함께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고 있다. 또 주변에는 소나무 길이 많아 산책과 산림욕을 원하는 이들에게 좋은 장소가 되고 있다.
문의 ☎ 02-891-0770 교통 :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 5412번 버스 환승 벽산아파트 앞 하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