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 이렇게 온다…"할부·세일·파격가…" 문구로 눈길잡고
‘친숙한 댄스음악’도 소비욕 자극 상품따라 조명색 바꿔가며 구매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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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맞춰 오는 지름신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은 직후인 오후 1~2시, 배가 불러 업무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지름신이 노리는 절호의 기회다. 온라인 쇼핑몰 디앤샵(d&shop)의 경우 이 시간대에 하루 접속자의 15%가 들어온다. 각종 쇼핑몰들은 이때쯤 1~2가지 유혹 상품을 정해 40%가 넘는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한다.
홈쇼핑의 지름신은 일일드라마와 오후 9시 뉴스 사이에 많이 볼 수 있다. GS홈쇼핑 이현욱 PD는 “오후 8시50분쯤 일일드라마가 끝나고 9시 뉴스로 넘어가기까지 5~10분이 가장 황금시간”이라며 “상품 매출의 최고 40%가 이때 이뤄진다”고 말했다. 쇼핑호스트들은 이 시간에 ‘대박세일’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가격’ ‘100% 진짜’ 등 ‘유혹적’인 말들을 쏟아낸다.
◆지름신은 마음을 읽는다
온라인 쇼핑몰을 클릭하면 첫 페이지는 고객마다 다르다. 회원인 고객들이 로그인을 하면, 고객의 연령은 물론 과거 무슨 상품을 구입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즉각 알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은 예컨대 과거 노트북 가방을 산 30대 초반의 남자에게는 노트북과 자동차 내비게이션 등을 추천 상품으로 보여준다.
온라인 쇼핑몰 디앤샵(d&shop)의 정지은 홍보팀장은 “상품 사진 크기도 남녀에 따라 다르다”며 “남자는 이미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추천상품 사진을 큰 사진으로 4개 정도 넣지만 여성 고객은 정보를 중요시 하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 6개의 이미지를 빽빽이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름신은 신용카드를 끝까지 노린다. 노트북처럼 비싼 상품을 클릭하면 가장 먼저 ‘무이자’와 ‘할인쿠폰’ 정보가 뜬다. 큰돈 쓰기를 무서워하는 고객들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 반면 값이 싼 목걸이 등 장신구의 경우엔 스타일 정보가 가장 눈에 띄도록 배열한다.
◆눈과 귀는 강신(降神) 통로
홈쇼핑 자막 색깔은 상품마다 다르다. 가전에는 첨단의 이미지를 주는 파랑이나 회색이, 의류에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분홍이나 빨강, 보석에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금색이 주로 쓰인다. 홈쇼핑 조명은 일반 방송의 조명보다 1.5배 밝다. 상품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화려한 느낌도 살리기 위해서다. 홈쇼핑의 가격표는 주로 화면의 왼쪽 아래에 있다. 뇌구조상 감정을 지배하는 우뇌를 자극해 시청자들의 구매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를 부추기는 음악도 따로 있다. GS홈쇼핑에서 음악 1만여곡을 분석한 결과, 가장 잘 팔리는 음악은 ‘귀에 익숙한 댄스곡’으로 나타났다. 빠른 비트가 심장박동을 촉진해 소비욕구를 충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GS홈쇼핑 유영열 음악감독은 “외국 그룹으로는 아바(ABBA), 국내 그룹으로는 코요태의 노래가 가장 많이 쓰인다”며 “컴퓨터·레포츠 상품에는 테크노, 패션에는 펑키, 보석·침구에는 재즈를 쓰는 등 상품에 맞춰 음악에 변화도 준다”고 말했다.
객관적으로 보이는 ‘상품 리뷰(Review)’에도 지름신은 숨어 있다. 상품 리뷰는 일반인들이 쓰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요즘에는 대형 쇼핑몰에 상품 리뷰만을 공급하는 전문업체가 있다. 이들의 전문적인 상품평은 고객들이 ‘후회 없이 잘 샀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