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렵고 힘든 일 뭐든지 대신한다” |
“불경기 모르겠다” |
글 서광원 기자 (araseo@joongang.co.kr)
|
경기도 분당 이매동에 위치한 한방 백숙 전문‘행자골’의 김혜경(45) 사장은 몇 달 전부터 생각지도 않았던 ‘부수입’에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메뉴 특성상 주문 배달을 할 생각을 못했는데 ㈜입안에 행복이라는 회사에서 주문과 배달을 해결해 준 덕분이다.
김사장은 “메뉴당 3만5,000원으로 비싼 편인데도 많을 때는 하루 10마리까지 나간다”며 “수입도 쏠쏠하지만 배달로 맛을 본 손님들이 가게로 찾아오는 비율도 꽤 된다”고 즐거워했다. 입안에 행복/음식 주문·배달 원스톱으로 대행 비즈니스가 뜨고 있다. 지속적인 불황으로 경제 전반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틈새형 대행(代行)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입안에 행복(1577-3060)도 그런 경우다.이 회사의 사업모델은 주문 대행과 배달 대행. 4만여 가구 정도가 밀집된 주택가에 자신들이 선별한 음식점과 주요 메뉴가 들어간 고급 책자를 배포한 뒤 자체 콜센터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음식점에 통보해 주고, 주문받은 음식을 배달하는 것. 지금까지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주는 곳은 있었지만 오프라인에서 광고 책자를 기반으로 주문과 배달까지 해 주는 곳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배달 조직을 관리하는 일이 예상 외로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색다른 방식으로 배달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이곳은 10~20대 청소년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지 않는다. 박형진(45) 사장은 “30세 이상이고, 한 가정의 가장이어야 하며 경승합차를 자신의 소유로 가지고 있는 사람만 배달사원으로 뽑는다”며 “택배회사 근무 경력이 있는 이들을 선발하기 때문에 서비스 질이 우수하고, 무엇보다 근무 이탈률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차량을 이용하기 때문에 값싼 음식을 배달하지는 않는다. 최소한 2만원 이상의 요리여야 하고 맛이 보장돼야 한다. 박사장은 “지금까지 배달은 중국집 메뉴나 치킨·족발 등이었지만 우리는 유황오리·백숙 등 이전에는 엄두를 내지 못했던 요리를 배달하기 때문에 호응이 좋다”며 “의외로 불경기 덕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사가 되지 않아 고민인 음식점주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호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 이매동 지사의 경우 월 매출은 5,000여 만원선이고 순익은 10~20%선이다. 지난 4월 분당에서 시범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성공적인 운영에 힘입어 서울 수지·경기도 일산·부천 중동·수원 영통 등지로 지사를 확장하고 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박형진 사장의 이력. 박사장은 얼마 전까지 삼일회계법인의 자회사이자 코스닥 등록기업인 삼일인포마인의 대표이사를 지낸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전에는 시큐어소프트 사장과 해커스랩 사장을 지낸 IT분야 전문가다. 그는 “의외로 가능성이 많아 보여서”라고 이 분야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박사장은 “내년 말까지 30개 정도의 지사를 통해 월 100만부의 고급 요리잡지를 발행하겠다”면서 “조만간 온라인 쇼핑몰을 열어 이와 연계하는 마케팅을 구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치공장과 제휴를 맺은 뒤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고 자체 택배 조직을 이용해 배달하는 것이다. 이혼서류닷컴/골치 아픈 이혼 퀵서비스로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남녀가 결혼을 하는 것도 힘들지만 이보다 더 힘든 일은 이혼이다. 얼마 전 박모씨는 결혼 4년 만에 아내와 이혼을 했다. 주변에서는 “이혼하는 것도 꽤 골치 아픈 일”이라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했다. 이혼 절차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한 친구의 권유로 ‘컨설팅’을 받은 그는 “협의이혼을 하자”는 데 부부가 동의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혼에 ‘성공’했다. 이혼 대행업체 덕분이었다.과정은 간단했다. 온라인 사이트에 등록을 하고 수수료 10~11만원을 송금한 박씨는 4시간 뒤 각종 이혼서류를 퀵서비스로 배달받았다. 박씨 부부가 서류에 도장을 찍어 법원에 제출하자 법원은 협의이혼인지 확인하고 ‘절차’를 끝냈다. 박씨는 “서운할 만큼 일사천리로 진행돼 얼떨떨했다”고 털어놓았다.현재 온라인상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이혼서류닷컴(divorcehelp.co.kr). 지난해 7월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의 김영훈 실장은 “이혼을 하는 이들을 보면 이혼 자체도 스트레스지만 절차 등을 몰라 허둥지둥하면서 겪는 정신적인 고통도 만만치 않다”며 “의외로 소개를 통해 오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좋은 의도로 시작한 것인데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 신경이 쓰인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이곳에서 처리하는 서류 배송은 하루 3~4건 정도. 자세한 매출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꽤 알찬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브센스/환상적인 프러포즈 대행 지난 10월 중순의 토요일. 8년 간 사귀어 온 여자친구 김범주(27)씨와 함께 과천 근처 백운호수로 드라이브를 간 황득(31)씨는 호수 근처 레스토랑에 들렀다. 차를 마시고 있으니 주변의 한 테이블에서 생일 이벤트를 한다며 멋진 장식물을 꾸미고 있었다. 김범주씨의 눈길이 자주 그쪽으로 옮겨갔다. 부러운 모양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황득씨가 선물이라며 작은 상자를 여자친구에게 건넸다. 상자에 든 것은 헤드폰. 그걸 머리에 쓰자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더니 이내 “사랑하는 범주야…”로 시작하는 황득씨의 음성이 전해졌다. 김범주씨를 향한 프러포즈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감동받아 눈물을 글썽이던 그녀는 이내 옆 테이블에서 준비하고 있던 이벤트가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고 더 놀랐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잠시 뒤 레스토랑 바깥 잔디밭에서 황득씨는 몰래 연습해온 트럼펫을 연주한 뒤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 청혼을 하는 그들 주위는 온통 불꽃으로 뒤덮였다. 결혼을 하기로 약속했었지만 예상치 않았던 감동에 그녀는 어쩔 줄 몰랐다. 남자친구인 황득씨가 열흘 전부터 그녀 모르게 준비한 행사였던 것이다. 스스로 ‘프러포즈 대행사’로 부르는 ㈜러브센스(lovesense.com)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감동적인 프러포즈 이벤트를 해 달라는 남성 고객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감동을 받을 만큼 멋진 프러포즈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48만원에서 60만원 정도. 언뜻 비싸 보이지만 경험자들은 결코 비싼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준비하는 데만 1~2주일이 걸리기도 하지만 여성들의 감동은 돈으로 환산하지 못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강정웅(29) 사장은 “여성들의 발언권이 세져서 그런지 최근에는 여성들이 적극적인 프러포즈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요즘 상황을 설명했다. 강사장은 또 “반드시 감동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일을 끝내고 나면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이렇게 강사장이 지금까지 감동시킨 커플은 3,800쌍에 이른다. 요즘도 한 달 평균 90여 쌍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는 강사장이 올리는 매출은 월 6,000만원~7,000만원. 현대산업개발에 다니다 1999년 창업한 그는 “불경기를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