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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언어, 싫으면 싫다고 해 의미는?

폴미쇼핑 2005. 9. 3. 10:39
"싫으면 싫다고 해" 의미는? '싫다고 하면 죽어!'
[조선일보   2005-09-02 19:49:01] 


남자들은 절대 모르는 여자의 언어 마리오 바르트 지음 |박종대 옮김| 이레 |127쪽

나를 사랑하고 남자를 즐겨라 마이케 렌쉬-베르그너 지음|이홍경 옮김 | 글담 | 210쪽

[조선일보 정재연, 유석재 기자]

남자들은 절대 모르는 여자의 언어

마리오 바르트 지음 |박종대 옮김| 이레 |127쪽

장롱 문을 연 아내가 푸념한다. “입을 옷이 없어~!” 행여 이런 말을 듣고 “그 속에 꽉꽉 들어차 있는 건 다 뭐지? 좀 골라서 입으라구”라고 말한다면 곧바로 머리 위로 베개가 날아오기 십상이다. 자, ‘입을 옷이 없다’는 여자들의 언어는 ‘괜히 토 달지 말고 쇼핑하러 가게 돈이나 줘’란 뜻이기 때문이다.

허구한날 여자들의 말을 오독(誤讀)하기만 하던 미련곰탱이 한국 남자들이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이해가 안 가면 달달 외우는 것도 한 방법. 33세의 독일 코미디언인 저자는 ‘도대체 왜 남자와 여자는 매일같이 싸우기만 할까’를 고민하다 “서로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란 결론을 얻고 여자들의 말 속에 숨어있는 진짜 속뜻을 파헤친다. 백화점에서 “잠깐이면 돼”라고 말했다면 최소한 ‘두세 시간’. “이 구두 좀 봐줄래?”는 ‘당신이 뭐라든 상관없는데, 내가 맘에 들거든?’이란 뜻이다. 잠자리에서 “그냥 껴안고 자자”는 ‘어제 했잖아!’란 의미. 애무 중에 “대충 하지 말고 싫으면 싫다고 해!”라고 했다면 조심해야 할 함정이다. “응, 싫거든”이라고 대꾸했다간 자칫 관계가 파탄날 수도 있다. 말싸움하지 마라. 무슨 말을 해도 여자한테 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냥 묵묵히 듣고만 있어야…. 성(性)에 대한 존재론적인 접근으로도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기발한 위트와 풍자로 곳곳에서 무릎을 치게 만든다. ‘파트너와의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정보를 썼다’는 저자는 이렇게 항변한다. “여성 여러분, 우리 남자들을 뜯어고치려 하지 말고 그대로 내버려 두세요. 우리는 유전적으로 그게 불가능한 족속이고 이대로가 행복하거든요?”/ 유석재기자

나를 사랑하고 남자를 즐겨라

마이케 렌쉬-베르그너 지음|이홍경 옮김 | 글담 | 210쪽

남자를 길들이고 남자를 사로잡아라. 식기 세척기를 왜 직접 고치나? 남자가 고치게 하라. 무거운 쇼핑백을 왜 직접 드나. 남자가 들게 하라. 남자를 거느려라. 나를 쫓아다니는 남자들은 꼭 필요한 존재다. 우울하고 의기소침한 날, 이들이 내 자존심을 세워주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 남자, 남자 얘기다. 능수능란하게 밀고 당기기 게임을 리드하며 남자를 조종하는 여왕의 자리에 오르고 싶다면 책을 읽을 것. ‘일에서 주목 받았다면 남자에게도 주목 받아라. 일과 사랑을 모두 가져야 진짜 프로다’라는 문장을 그냥 지나칠 수 있다면 읽을 것. 그러나 ‘야, 일은 어디 쉽냐’라는 소리부터 튀어 나온다면 덮어라. ‘나쁜 여자’ ‘여우가 되라’는 표현이 진부해 견딜 수 없다면 덮어라.

‘남자에게 먼저 전화 걸지 말 것’ 등 독일 저자의 ‘나쁜 여우 원칙’은 숱한 불여우들이 판 치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좀 식상할 지 모른다. ‘많이 배울 수록, 성공할 수록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다’고? 요즘 한국에서는 그 반대다.

불평은 그만. 하긴 여자 대 남자로 완벽히 양분된 고정관념 투성이 TV 드라마도 욕하면서 보지 않나. 욕 먹는 드라마가 더 재미있지 않나. 또 ‘매사에 여왕처럼 행동하기’ ‘언제나 비밀스러울 것’ 등 저자가 들려주는 ‘나쁜 여우 원칙’은 굉장히 쓸모 있어 보인다. ‘데이트 비용 내지 말 것’. 여자는 어차피 데이트 때문에 외모에 돈 들인다. ‘데이트 계획도 세우지 말 것’. 그 정도는 남자가 해야 한다. 저자의 제안은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사는 21세기 여성을 위한 서바이벌 기법일까. / 정재연기자

■남녀관계 분석 책

'화성남자'와 '금성여자'가 만났을 때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친구미디어)는 남자와 여자를 아예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로 비유해 사고·소망·표현의 차이를 진지하게 분석한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다. ‘화성남자 금성여자의 사랑의 완성’ ‘화성남자 금성여자의 침실 가꾸기’ 등 속편도 나왔다.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가야넷)도 “남녀는 애초에 두뇌구조, 공간지각력, 언어구조가 생리학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는 과학적 주장을 근거로 차이 극복의 방법을 설명한다. ‘남자를 토라지게 하는 말, 여자를 화나게 하는 말’(한언출판사)는 남녀의 ‘언어’에 초점을 맞췄다. 오한숙희의 ‘부부, 살어, 말어?’(웅진닷컴)는 국내 필자가 쓴 부부관계에 관한 책으로 잔잔한 호응을 받고 있다. 결혼 이전의 남녀를 위한 책으로는 ‘연애 교과서’(선영사)가 있다. 한국적 상황에서 연애의 기술과 심리·매너·철학을 담았다.

(정재연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whauden.chosun.com])

(유석재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karma.chosun.com])